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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소노미가 확장되고 있다 1편] ‘택소노미’, 넌 어디에서 왔니?

2021-11-26 20: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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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EU에서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내년 7월부터 EU 택소노미가 적용된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K-택소노미 제정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직역하면분류체계를 뜻하는 택소노미. 아직 많이 생소한 개념인데요, EU는 환경 분야에 대한 택소노미에서 나아가 사회 분야에 대한 택소노미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택소노미의 개념과 ESG와의 연관성, 택소노미의 논의 배경과 구성요소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택소노미?



(출처: POOLPARTY)

 

최근 ESG를 언급할 때마다 택소노미(Taxonomy)’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ESG는 환경(E), 사회(S), 기업 지배구조(G)를 뜻하는 말로, 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나 사회적 가치 등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 혹은 경영방식을 말합니다.

 

택소노미는 산업 분류체계를 의미하는 단어로서, 생물학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어분류하다(taxis)’과학(nomos)’의 합성어로, 학문의 목적에 맞게 구성된 분류체계를 말합니다. 생물학에서는 이 분류체계가 잘 정립되어야 유전자 특성, 진화 과정, 생태계, 다른 생물과의 관계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렇다면, EU에서 만든 택소노미는 무엇을 분류하고 어떤 곳에 활용되는 걸까요?

 

그동안 금융기관은 재무 자료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해 왔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참고자료일 뿐이었습니다. EU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재무 정보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정보, ESG를 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업의 위장 친환경 행위(green washing)를 걸러내고 지속성장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택소노미가 탄생한 것입니다.

 

즉 재무 정보만을 중시하던 기존의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 경영 등 비재무 정보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택소노미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U ESG 투자기준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으로 작년 6월 환경 분야 투자지침인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EU 택소노미라 부르는 것이 환경 분야에 대한 택소노미, 즉 그린 택소노미입니다.

 

(출처: Climate Bonds)

 

 

왜 지금, ‘택소노미인가?

 

패러다임을 한 시대의 보편적인 인식 체계라고 정의한 토머스 쿤은 사회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새로운 인식 체계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걸맞게 경영 패러다임 역시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2019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자본주의를 리셋할 것을 주장하였고, 미국 CEO 협의회는 기업의 목적을주주의 이익에서이해관계자로 바꾸었습니다. 2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주주 가치 창출이 최우선 과제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가능성 이슈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고 이때 등장한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ESG입니다.

 

ESG가 이토록 주목받는 배경에는 자본주의 리셋, 기후변화,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요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입니다. 기업들은 그동안 CSR을 위해 선행과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협력사 지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CSR이 선택의 문제라면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직결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재무적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하던 금융기관들이 ESG 평가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은 ESG 경영을 강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속 가능한 금융 플랫폼 보고서 초안 (출처: 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   

 

내년 적용이 예정되어 있는 EU 택소노미는 주로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룬 환경 택소노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6그린(환경) 택소노미가 만들어졌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논의는 미진한 편이었는데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이슈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EU는 현재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가를 나타낸 기준과 이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 택소노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셜 택소노미는 기업이 겉으로만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사회적 세탁(blue washing)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 투자자까지, 주체별 택소노미 활용 방안

 

(출처: World Bank, 2020)

 

각 주체는 녹색 금융을 판별하기 위한 분류체계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은행과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신용, 보증 등 녹색 은행상품을 발굴하고 지원·운영하여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자격이 되는 자산의 신속한 확인과 검증을 통해 거래 비용을 인하하는 데도 활용하고, 불확실성이나 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지속가능 투자의 이해 및 공시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통의 정의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일관성,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그린워싱우려를 해소하여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은행과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금융 감독기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금융섹터의 녹색화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녹색기업 대출을 장려하기 위하여 택소노미에 기반을 둔 규제를 지원하거나, 기후 또는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 및 공시를 위한 신규 가이드라인 수립 또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향상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금융 흐름 측정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활동입니다. 한편, 투자자는 임팩트 투자를 위해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는 기회를 식별할 수 있고,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지속가능 투자의 공시를 통해 녹색 투자 포트폴리오 공개를 이해하고, 고객과 수혜자의 우선권에 부합하는 투자정책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녹색/지속가능 채권 발행자 및 관련자는 금융 조달을 보다 더 쉽고 지속해서 받을 수 있는 자격 조건이 되는 활동을 식별할 수 있게 되며, 정책을 실행할 안건을 마련해야 하는 입안자의 경우에도 투자가 부족한 분야의 자금 간극을 메우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녹색 프로젝트 개발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개발 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제공 및 금융 흐름의 측정과 추적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도 녹색 금융 분류체계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린 택소노미의 구성요소



그린 택소노미는 6개의 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기후변화 적응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자원순환 경제로 전환오염물질 방지 및 관리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복원의 목표 중하나 이상의 목표 달성에 상당히 기여하면서다른 목표들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는 동시에기술선별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합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것이 친환경 산업이고 그린워싱(Green-washing: 상품의 환경적 속성이나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가 허위 또는 과장되어,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 인지를 구분하는 판단기준도 제시합니다. 목표뿐만 아니라 판단기준에 적합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특히 EU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위장 친환경 산업을 가려내는 정도가 아니라 투자하지 말 것을 규정하는 법적 효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린 택소노미는 현재 환경 목표에 공헌하는 친환경 활동인그린활동을 포지티브 방식(판단기준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것만 허용)으로 이를 장려하는 형태이지만 앞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저탄소의 솔루션이나 혁신기술을 망라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갱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입니다. 또한 택소노미가 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지는 법안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 목표에 대해 중립적인브라운이나 환경에 부정적인 활동인레드도 추가되어 강력한 처벌을 가진 네거티브 성격의 법안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택소노미 시리즈는 2편으로 나누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동안 주로 논의되었던 EU 택소노미(그린)에 대한 개념과 구성요소, ESG와의 관계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EU 택소노미의 확장논의와 관련 이슈, 택소노미 관련 국내외 동향을 주제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